여행으로 만난 도시, 삶으로 남은 치앙마이
처음엔 단순히 여행지 중 하나로 생각했습니다. 태국 북부 도시 치앙마이. 특별히 큰 기대 없이 들렀던 곳이었지만, 저희 부부에게는 여행 그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47일 동안 태국을 여행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그중에서도 치앙마이에서 보낸 2주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하루하루 골프를 치며 천천히 걷고, 저녁에는 시장이나 사원을 산책하듯 둘러보면서, '은퇴 후 이런 곳에서 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물가가 부담 없는 도시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건 편안함이었습니다. 너무 번화하거나 복잡하지 않아서 그런지 도시에 금방 익숙해졌고, 생활비도 꽤 합리적이었어요.
식사는 동네 식당에서 간단히 먹으면 60~80밧 정도였고, 마사지는 한 시간에 200밧 전후. 이런 가격 덕분에 하루에 한 번씩 마사지를 받아도 부담이 없었습니다. 숙소도 괜찮은 가격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곳들이 많았고요.
저희는 렌터카를 이용해서 여행했기 때문에 이동에 제약이 거의 없었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골프장이나 근교 관광지로 편하게 다닐 수 있었고, 덕분에 더욱 자유롭고 계획적인 일정이 가능했습니다. 치앙마이는 도로 상태도 양호하고 주차 공간도 여유로워서 운전이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기후도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사실 태국이라고 하면 무덥고 습할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잖아요. 그런데 치앙마이는 북쪽이라 그런지 아침저녁으로 선선했고, 공기도 괜찮았습니다.
특히 골프를 치기엔 정말 좋은 날씨였어요. 오전에는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이 시원해서 라운딩하기 딱 좋았고, 저녁엔 해가 지면서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에도 참 좋았습니다.
항동 골프장에서 보낸 잊지 못할 시간
치앙마이에는 여러 골프장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항동 골프장이었어요. 이곳은 특이하게도 카트를 사용하지 않고 걸어서 라운딩을 하는 방식인데, 그 점이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라운딩하면서 걷다 보니 운동도 되고, 주변 경치를 천천히 감상할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부부나 친구끼리 나란히 걸으며 골프를 즐기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저희도 그 분위기에 푹 빠져서, 아침이면 “오늘은 항동 갈까?”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그 외에도 란나, 허리푼차이, 아티타야, 가산 레가시 같은 다양한 골프장들을 다녀봤는데, 각각 분위기나 코스 구성이 달라서 새로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도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여기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치앙마이에는 장기 체류 중인 한국 분들도 꽤 많고, 한식당이나 마트, 병원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불편함이 별로 없었어요. 도시는 조용하고 여유로워서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그냥 산책만 해도 하루가 금방 지나갔습니다.
특히 은퇴 후 건강을 챙기면서 여유 있게 살고 싶은 분들에게는 딱 맞는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매일 아침 골프를 치며 걷고, 오후엔 치앙마이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식의 생활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무리하며
골프를 좋아하고, 은퇴 후 조용하고 건강한 삶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치앙마이를 한 번쯤 경험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단순한 여행으로 시작했지만, 이 도시에서 보낸 시간 덕분에 ‘제2의 삶’을 조금 일찍 체험해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치앙마이는 그런 기회를 조용히 내어주는 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