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숨결 속을 걷다
이탈리아 중북부, 피렌체.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낯선 듯 낯익은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골목마다 시간이 머무는 듯한 풍경, 그리고 그 안을 걷는 여행자들의 발걸음까지 조용히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바쁘게 움직이기보다, 그냥 걷고 머무는 데 집중했죠. 딱 이틀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꽤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1일차 – 두오모 성당, 거리, 그리고 걷는 리듬
숙소는 두오모 성당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체크인을 마치고 가방을 두자마자 자연스럽게 거리로 나왔습니다.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발길로 연결된 느낌이더군요.
- 아침: 아직 상점들이 문을 열지 않은 조용한 골목, 문 앞을 쓸고 있는 사람들
- 오후: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광장과 거리 공연
- 저녁: 석양이 건물 벽에 부딪혀 붉게 번지는 풍경
딱히 뭘 보겠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마음이 차분해지는 도시였습니다.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2일차 – 일상 속의 순간들
둘째 날은 유명한 관광지보다 발길 닿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두오모 앞에서 커피 한 잔 들고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우피치 미술관은 예약 덕에 긴 줄 없이 입장했고, 그림 하나하나에 오래 머물 수 있었죠.
점심 무렵엔 카페도 아닌, 조용한 골목길 작은 서점 앞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잠깐 머물다 나올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있더군요.
오후에는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석양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붉게 물든 도시 전경은 정말 사진보다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피렌체에서의 젤라또 이야기
여행 중 가장 자주 들른 건 아마도 젤라또 가게였을 겁니다.
두오모 근처에 있던 작은 가게였는데, 하루는 제가 주문했고 다음 날은 아내가 주문했는데요 — 같은 가격인데 아내가 받았던 컵이 눈에 띄게 더 크더라고요.
그 뒤로 젤라또 주문은 자연스럽게 아내 담당이 되었고, 덕분에 매번 웃으면서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작은 일이지만, 그런 순간들이 기억을 더 따뜻하게 만듭니다.
아르노 강변 산책 – 여행의 마무리
늦은 저녁, 도시가 조용해질 무렵 아르노 강 쪽으로 걸었습니다.
물 위로 비치는 조명, 강물 소리, 그리고 그 안에서 여운을 남기는 사람들. 위험한 느낌 하나 없이 편안했고, 여행이 끝나간다는 아쉬움도 함께였죠.
여행 팁 – 피렌체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 숙소는 중심가 근처가 편리합니다. 두오모 근처면 대부분의 명소가 도보로 가능합니다.
- 미술관은 예약을 추천합니다. 우피치, 아카데미아 모두 사전 예약이 시간 절약에 좋습니다.
- 도시 자체가 도보 중심입니다. 구석구석 걸어 다니는 게 가장 피렌체다운 방법입니다.
- 맛집보다는 현지 감성이 중요합니다. 작은 카페나 빵집도 여행의 일부가 됩니다.
- 일몰은 반드시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피렌체를 기억에 남길 최고의 순간입니다.
짧지만 오래 남는 여행
이번 피렌체 여행은 특별한 체험이나 이벤트 없이도 충분했습니다.
같은 길을 여러 번 걸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생겼고, 단순한 일정이었지만 기억엔 단단히 남았습니다.
아마 다음에 다시 오게 되어도, 똑같은 방식으로 여행할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보지 않아도 되는 도시. 걸으며, 쉬며, 오래 기억되는 도시. 피렌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