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회고 소개
로마는 고대와 예술, 낭만이 살아 숨 쉬는 도시입니다. 이번 여행은 무더운 7월에 짧게 다녀온 3일 자유여행이었지만, 그 안에 정말 많은 경험이 담겨 있었습니다. 동시에, 여름의 로마는 상상 이상으로 덥고 걷기 힘든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간다면, 조금 더 여유로운 일정으로,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짧지만 진심을 담아 기록해보는, 저의 로마 3일 여행기입니다.
첫째 날 – 로마는 걷는 도시, 그래서 더욱 힘들었던 하루
여행 첫날, 아침 일찍부터 콜로세움에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장소다 보니 사전예약은 필수였고, 기대했던 것만큼 정말 압도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내부까지 천천히 돌아보는 데만 1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콜로세움에서 나와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까지 이어서 둘러보았습니다. 고대 로마의 중심부를 걸으며, '정말 여기에 사람들이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생생했지만, 돌길과 햇살, 높은 습도로 인해 금세 땀이 비 오듯 흘렀습니다.
점심은 베네치아 광장 근처 작은 식당에서 파스타 한 접시로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오후에는 트레비 분수, 판테온, 나보나 광장까지 도보로 이어지는 일정이었는데요.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한낮 35도 가까운 날씨 속에 걷다 보니 체력적으로는 꽤나 버거운 하루였습니다.
‘좀 더 나눠서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둘째 날 – 현지 투어로 다녀온 포지타노와 폼페이, 오히려 여유로웠던 하루
둘째 날은 도보 위주의 일정보다 조금 쉬어가고 싶어서, 숙소에서 현지 여행 앱을 통해 폼페이 + 포지타노 당일투어를 예약했습니다. 전용 차량과 한국인 가이드가 포함된 프로그램이었고, 일정도 비교적 여유롭게 진행되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아침 6시 45분, 로마 테르미니역 앞에서 투어팀과 미팅 후 출발해 첫 목적지인 폼페이에 도착했습니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멈춰버린 고대 도시를 직접 걷는 경험은 그 자체로 경이로웠습니다. 당시의 거리, 벽화, 욕장, 주택 구조를 보며 ‘이곳에 누군가가 살았겠구나’ 하는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후 차량으로 약 1시간 반을 더 달려 포지타노에 도착했을 땐, 정말 영화 속 풍경 같았습니다.
에메랄드빛 바다, 알록달록한 건물, 좁은 골목길까지 하나하나가 그림처럼 느껴졌고, 해변 앞 카페에 앉아 시원한 레몬 슬러시를 마시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특히 차량 이동 중심의 일정이어서 그런지, 전날보다는 체력적으로 훨씬 덜 부담스러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 하루는 참 잘 쉬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셋째 날 – 바티칸에서 천천히 마무리한 여정
마지막 날은 일부러 일정을 느슨하게 잡았습니다.
아침엔 미리 예약해둔 바티칸 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그려진 시스티나 성당 앞에서는 숨을 죽이고 감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진보다 훨씬 압도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이동해 내부를 관람하고, 돔 전망대에도 올랐습니다. 성당 내부의 조각과 구조물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 작품이었고,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로마 시내는 그 어떤 파노라마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점심은 보르고 골목의 조용한 식당에서 피자를 간단히 먹고, 오후에는 나보나 광장을 다시 한 번 산책했습니다.
마지막 날이었기에 무리해서 돌아다니기보다는, 로마와 조용히 작별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다음엔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기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5일 일정으로, 여름은 피해서 천천히
3일간의 여행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솔직히 여름의 로마는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도시였습니다.
뜨거운 햇빛, 긴 도보 거리, 많은 관광객 속에서 서두르며 명소들을 둘러보다 보니 감상보다는 ‘완주’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다음 로마 여행은 꼭 5일 이상, 날씨가 선선한 계절에 가고 싶습니다. 하루에 한두 곳만 천천히 둘러보고, 중간에 카페에서 책도 읽고, 해질녘 골목을 걸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지금도 그때 마신 에스프레소의 쌉싸름한 맛과, 포지타노 바다 냄새가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로마는 단지 유적의 도시가 아니라, 한 번은 반드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도시라는 걸 이번 여행으로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