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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치앙마이 몽족 마을에서 마주한 조용한 시간

by 88한실버여행 2025. 7. 18.

차량 창문 너머로 내려다본 산중 몽족 마을의 전경
차량 창문 너머로 내려다본 산중 몽족 마을의 전경

 

태국 치앙마이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여행지입니다. 사원과 시장, 감성 넘치는 카페들로 가득한 도시는 늘 편안한 휴식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북쪽 고산지대에 위치한 작은 몽족 마을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그 마을은 화려하진 않지만, 사람과 자연, 그리고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경험한 조용한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정이었습니다.

익숙함을 벗어나 만난 낯설고 깊은 풍경

여정은 치앙마이 시내에서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평범한 2차선 도로를 따라 편안한 드라이브가 이어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는 점점 좁아지고 커브는 더 심해졌습니다. “낙석 주의” 표지판이 하나둘 나타나고, 마주 오는 차량과 아슬아슬하게 비켜갈 때면 저도 모르게 핸들을 꽉 쥐었습니다.

‘정말 이 길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시야가 탁 트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 깊은 숲과 드문드문 자리 잡은 지붕들, 그리고 차가운 공기 속의 맑은 하늘.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고, ‘이 길은 맞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낯설지만 깊이 있는 풍경이 조용히 감정을 울렸습니다.

조용한 마을, 누군가의 하루 속으로

마을 상점가에 전통 의상과 수공예품이 진열된 거리 풍경
마을 상점가에 전통 의상과 수공예품이 진열된 거리 풍경

 

도착한 마을은 조용했습니다. 음악도, 소란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골목에는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놀고 있었고, 주민들은 말을 걸지 않았지만 눈이 마주치면 조용히 미소를 건넸습니다. 이곳이 누군가의 일상이라는 것을 느낀 순간, 저도 모르게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게 됐습니다.

그늘 아래 작은 천막 아래에서는 젊은 몽족 여성이 아이 곁에 앉아 천에 자수를 놓고 있었습니다. 그녀 앞에는 정성스레 만든 가방들과 수공예품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이곳은 관광객을 위한 연출된 공간이 아니라, 그저 그녀의 하루가 자연스럽게 펼쳐진 장면이었습니다. 설명도 권유도 없었지만, 그 조용한 태도가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전통이 일상이 된 풍경

이 마을의 여성들은 모두 전통 복장을 입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체험 행사인 줄 알았지만 곧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전시용’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였습니다. 손에 들린 실과 바늘, 무심하게 이어지는 자수 작업.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눈빛과 손짓만으로도 충분히 제품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대나무 막대 하나로도 신나게 놀았고, 남성들은 밭일을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모습은 전통이라는 단어보다 ‘자연스러운 삶’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습니다. 이곳에선 시간이 천천히 흘렀고, 그 속엔 묵직한 힘이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전통과 일상이 맞닿아 있는 그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이야기처럼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했던 순간

사실, 이 마을에서 오래 머문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시간이 깊이 남았습니다. 많은 걸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걷고, 멈춰서고, 때로는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나무 그늘에 앉아 조용히 쉬었습니다. 요즘 여행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도시로 돌아가는 길, 마음 한 켠이 가볍게 느슨해져 있었습니다. 사진도 많이 찍지 않았고, 특별한 체험도 없었지만 그곳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관광지가 아닌 ‘삶의 현장’을 만난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특별했습니다.

 

 

치앙마이 북부의 작은 산골 마을은 화려한 명소는 없지만, 사람의 손길과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여전히 머무는 곳이었습니다. 관광객의 시선보다는 주민의 일상이 중심이었고, 그 조용한 마을에서 느낀 하루는 깊고 진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치앙마이를 여행하신다면, 하루쯤은 북쪽 산길을 따라 조용한 마을로 향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유명한 장소가 아니어도, 말 없이 마음을 움직이는 시간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진짜 태국의 모습을 마주하는 여정, 그 조용한 순간이 여러분의 여행을 더 오래 기억되게 해줄 것입니다.